=헌법적으로 보면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죠. 아마 학설로도 제가 알기로는 권한대행, 거기다가 그 권한대행의 임기 종료일이 예정돼 있잖아요. 선거일까지 60일 그렇게 한정된 국면에서 권한대행이 그런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헌법이 헌법재판관을 삼권으로 나눠서 선출하고 임명하도록 한 취지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거죠. 선출 권력으로서의 국민적 정당성, 대통령, 국회는 그렇죠. 그리고 사법부 대법원장도 3명 지명권이 있는데, 대법원장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삼권의 한 축이고 거기다가 헌법에서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기관이니까, 간접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아서 그렇게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에서 부여되고 있는 건데, 지금 권한대행은 그런 선출된 권력으로서의 정당성 이런 부분은 전혀 없죠. 게다가 내란에 관여된 의심까지 받는 터에, 이거는 정당화되기가 어렵죠.
―여러 가지 노림수일 텐데 특히나 정권이 교체되면 이재명 전 대표의 재판 속행 문제 그러니까 불소추 특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를 헌재로 가져가고 헌재에서 그걸 인용함으로써 재판을 계속 진행하게 하고, 재판이 워낙 많으니까요, 재판이 5개니까 그중에 하나만 걸려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걸로 당선 무효를 끌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재판소 구성을 지금 그렇게 무리하게 하려는 거다 그렇게 생각도 할 수는 있겠어요.
―한덕수, 최상목 동시 탄핵을 한다고 해도 다음 대행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또 갑작스럽게 임명을 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국회가 인사청문요청서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받은 걸로 간주하고 그냥 임명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대단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자체가 위헌 기관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지금 윤석열과 국힘 세력이 사실상 총 대신 법을 들고 ‘법의 내전’을 벌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 ‘법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총 대신 법을 들고.
=그게 단순한 비유만은 아닌 것 같기는 해요. 더 무서운 거는 지금 말씀하신 그런 법 기술이랄까요, 말이 안 되는, 법의 취지라든가 이런 걸 조금만 따져보면 부당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시도들을 실제로 하고,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마는 이른바 명망가라고 얘기할 만한, 학계에서도 제법 인정을 받고 있는 헌법학자들도 그쪽 주장에 가담을 하고 이렇더라고요. 저는 그거 보고 많이 놀랐는데.
―그런 분들이 지금 국회의장이 띄운 개헌 TF에 들어가 있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법률가를 포함해서 지식인들이 뭔가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들도 응원을 해 주셔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건 시민의식 가진 주권자
―변호사님 최후 변론문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탄핵 결정이 나온 후 우리 사회가 분열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권자가 헌법을 지켜낸 우리의 경험은 그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지혜를 줄 것입니다. 따라서 그 혼란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낙관론의 근거는 민주적 시민의식입니까?
=그렇죠. 재판이 한 두 달 진행되는 동안에 주 2회 이렇게 진행되니까 조금 힘들기도 하고 긴장이 조금 풀어질 때도 있고 그랬거든요. 그럴 때 저희가 찾아봤던 게 그날 밤에 국회 앞으로 달려 나왔던 시민들의 사연들을 모아 놓은 글이었어요. 급하게 달려 나오느라고 슬리퍼 차림으로 롱패딩만 하나 걸치고 뛰쳐나온 시민도 있었고, 어떤 집에서는 뛰쳐나가는 아들을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그렇게 보내놓고는 펑펑 울었다는 어머니 얘기도 있었고, 부부가 같이 나가면서 아직 애들이 어린 것 같던데 애들만 두고 부부가 같이 나가면서 잡히더라도 한 사람은 꼭 도망가서 애들은 키워야 하지 않느냐 뭐 이런 약속을 한 부부 얘기도 있고, 그런 얘기를 접하면서 우리도 조금 힘들다고 긴장을 늦추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피청구인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경고용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국민들한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비상계엄을 한 거다 그랬는데, 다른 의미에서 국민들한테 경각심을 준 것 같기는 해요.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우리가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라는 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거구나, 이런 경각심을 가졌을 것 같거든요. 이런 생각을 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으면 저는 권력 상층부의 파워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민낯, 그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결국 이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건 이런 시민의식을 가진 주권자들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제로 탄핵 선고된 이후에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던 쪽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다 그런 역사적 경험과 또 이번에 시민들이 보여준 이런 의지 이런 힘이 원동력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법 연성쿠데타 진행 중
―이번 내란 사태처럼 군을 동원해서 헌법 기관을 공격한 그리고 그 상황을 모든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이런 명백한 위헌 행위도 이렇게 진압이 어려운데, 아까 우리 말씀 나눴지만 이 법 기술자들에 의한 소위 말하는 사법 쿠데타가 저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사법 쿠데타라는 건 예전에 조국 사태 때도 그랬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죠. 언론이 조금만 도와주면 그냥 그게 합법이 돼버리거든요.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것들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혹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것도 사실은 짓밟잖아요. 법을 가지고 제2의 내란을 벌이고 있는 이런 연성쿠데타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저항도 어렵고 거꾸로 성공하기가 쉬운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한겨레 25. 4. 11 논썰 인터뷰 인용 |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 탄핵심판 국회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